박칼린 음악감독을 만나다 - YES24 희망의 인문학 캠페인(연세대학교)








  얼마 전 YES24의 이벤트에 응모한 적이 있습니다. '희망의 인문학 캠페인'이라고 해서 YES24가 인문학 부흥을 위해 명사들의 강연을 주선하는 행사였습니다. 사실 저는 박칼린 음악감독에 대해 <남자의 자격>이나 모 카드사 CF 등을 통해 스치듯 본 적만 있을 뿐, 직업 외엔 자세히 알지는 못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강연을 들으러 다니길 좋아하는 저로서는 일단 아는 사람이기에(?) 신청했고, 응모자가 적었는지 응모자 전원이 당첨되어 저 역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친구와 같이 가려 했지만 다들 시험이다, 취업이다 바빠서 결국엔 저 혼자 다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척 아쉽긴 했지만 어쩌면 혼자 간 덕분에 강연에 더 집중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 생각을 해서라도 위안을 삼는 수밖에요. -_-;






  시작 30분 전에 도착한 연세대학교 백양관 대강당은 다소 한산했습니다. 하지만 시작 시간이 가까워 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더군요. 그날 안 사실이지만 YES24를 통해 신청했던 인원 외에도 연세대학교 학생들은 원한다면 강연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 저녁 6시를 아주 조금 넘자 박칼린씨가 입장했고, 주변에서는 예쁘다 길쭉하다는 탄성이 들리더라구요. 저 역시 생각보다 키가 훤칠하셔서 놀랐던게 사실이구요.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았던걸 아주 많이 후회했습니다.


  강연은 "혼자 있는 시간의 중요함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독특하게도 박칼린씨는 가족들이 모두 나가고 집이 비었을 때가 되어서야 문을 꽁꽁 닫고 첼로 연습을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또한 여행을 하더라도 혼자 하거나 부득이하게 다른 친구와 함께 해야 한다면 말이 없는 친구를 데려간다고 합니다. 이처럼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스스로 내면을 다지고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끔은 북적이는 생활에서 벗어나 그런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무척 활달하고 사교적일 것 같다는 생각은 역시나 편견이었습니다. 이렇게 나도 모르게 다짜고짜 편견을 갖는 습관을 버려야 할텐데요. ^^;


  어쨌거나 특유의 진지함과 위트가 적절히 혼합되어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던 강연이었습니다. 다소 기승전결이 극적이지 못해 역동적인 구조의 이야기에 길들여진 저로서는 다소 끝이 흐지부지하다는 느낌도 받았지만, 강연 만큼이나 충실했던 질문과 답변 시간이 그런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 주었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혼자서는 식사도 할 수 없다는 학생에게 나중에 따로 한 번 만나야겠다고 했던 것과, 자신 역시 갑자기 공학에 관심이 생겨 음악을 떠났었던 고백을 통해 방황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시종일관 부드럽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들은 인상적인 이야기들은 그녀가 지금의 위치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축적되어 있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들은 이야기들을 다른 귀로 흘리지 않고, 내면을 다지기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하려고 합니다.




  강연을 다 듣고 벚꽃이 만발해 아름다운 연세대학교 교정에 나와보니 여기저기 들뜬 사람들의 모습에 저 역시 새내기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게 되더군요. 모교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학교의 땅을 밟고 서서 이런 기분을 느껴본게 꽤 오랜만이라 생경했나봅니다. 어쨌거나 새로 산 구두에 까진 뒤꿈치가 쓰려도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멍교수
다락방 2012. 4. 22.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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