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주] 경제적인 여행을 위한 페니어 자작기






  국토종주를 계획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체력을 만드는 일도 아니요 코스를 짜는 것도 아닌, 바로 용품을 구입하며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는 일이었습니다. 가지고 있는 장비는 자전거와 전조등, 후미등이 전부였던 저로서는 개미지옥의 입구에 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이후에 추가로 안전헬멧(필모리스 F-579), 땀받이 밴드(아이렉스 스웻밴드), 펑크패치(Team 펑크패치 세트), 휴대용 펌프(지요 GM-71), 짐받이(토픽 슈퍼투어리스트 DX 디스크용), 짐받이 끈, 나이키 드라이핏 티셔츠, 패드바지, 장갑 등입니다. 별로 써놓은 것 같지도 않은데 제겐 한꺼번에 구입하자니 버거운 것들이더군요.


  이제는 페니어를 구입할 차례인데, 그냥 가방같은 페니어란 놈이 사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습니다. 토픽 짐받이에 토픽 페니어는 상당한 호환성을 보이기 때문에 탈착이 매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그렇잖아도 자금을 많이 소진한 저로서는 감히 쳐다보지 못할 가격이더군요.


  그냥 쓰던 백팩을 짐받이에 묶어가는 방법도 생각해봤으나, 몇 번 시험삼아 나가본 바로서는 줄로 꽁꽁 싸맨 만큼, 가방에서 물건을 꺼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다못해 물통을 하나 꺼내기 위해서도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죠. ㅠㅠ


  그래서 결국엔 도전하고 말았습니다. 페니어 제작에요. 물론 그럴듯한 페니어 제작을 위해 참고할 글을 찾는 분들께서는 실망하실수도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그 대상은 소싯적에 매고다니던 가방이었습니다. 왼쪽 놈은 몇년 전 까지도 들고 다녔고, 오른쪽 놈은 아마 대학 입학했을때 즈음 사지 않았나 싶네요. 특히 오른쪽 녀석은 얼핏 보면 괜찮은 것 같지만 지퍼 손잡이가 떨어진 부분도 있고, 아랫 부분이 여기저기 낡아있어서 버릴바에야 한번이라도 써먹고 버리자는 마음으로 집어들었습니다.




  먼저 옆에 걸었을 때 걸리적 거릴 끈을 과감하게 싹둑 잘라주었습니다. 이 끈이 나중에 유용하게 사용될 줄은 몰랐네요.




  그리고 두놈 다 안쪽 겉면에 나있는 주머니에 박스를 두겹씩 넣어줬습니다.




  덕분에 둘다 각이 그런대로 살아있죠? 보통은 안쪽에 아크릴을 대고 나사를 이용해 걸이를 달아서 짐받이에 장착하시던데요. 저는 시간도 없고 돈도 없으므로 최대한 헝그리 정신을 발휘하기로 했습니다.





  아까 가방에서 잘라낸 놈을 가지고 두 페니어(?)의 연결고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둘만 묶으면 오르막길에서 뒤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에 케이블 타이로 짐받이에 고정해 주었구요.




  그래서 요렇게 두놈을 옆에 매달았습니다. 아크릴이 아닌 박스를 댔기 때문에 옆면에 달라붙는 느낌이 그다지 뛰어나진 않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훌륭합니다. 짐이 들어가서 빵빵해지면 각이 잡히겠죠. ^^




  매듭부분은 이렇게 처리해서 왠만해선 단단하게 고정될 것 같습니다. 물론 짐받이 위에 실을 가방의 바닥이 짐받이에 밀착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아볼까 생각중에 있습니다만 그대로 실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을 것도 같네요.







  이번에 비가 자주 올 예정이라고 뉴스에서 하도 떠들어대니 이제는 우천대책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아래 보시는 것처럼 집에서 놀던 김장비닐을 잘라 손잡이 구멍을 만들고, 한 면을 터놨습니다. 위의 청색 가방의 방수백(이라고 말하기 민망하지만...)은 옆면을, 아래 갈색 가방은 아랫면을 열어놨습니다. 비가 오면 꺼내서 쏙 집어넣고 각각 뚫린 면을 테이프로 봉할 예정입니다. 물론 이 김장비닐의 윗면을 제외하고 나머지 닫힌 면은 테이프로 도배했구요.








  그런데 아쉬운 점은 제가 손잡이를 꺼낼 구멍으로 가방이 노출된다는 것입니다.(아래사진 빨간 동그라미) 하지만 끈을 떼어내지 않는 이상 구멍만 낼 수 없을 뿐더러, 어차피 끈만 나오게끔 하더라도 젖어들어갈 것이 뻔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네요. 이미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싶은 마음입니다. 물론, 이 위에 한겹 더 덮어야겠죠?ㅋㅋ










  그래서 대충 김장비닐을 한장 더 잘라내 아래 사진과 같이 최종 덮개를 완성(?)했습니다. 짐받이에 가방을 올려매고 이 비닐을 덮으면 왠만한 비는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시험삼아 페달을 돌려보니 뒷바퀴에 간섭은 없네요. 각 가방의 방수백(ㅋㅋ)을 밀봉하면 더더욱 방수와 간섭의 문제로부터 멀어집니다.


  하지만 뒷바퀴가 다람쥐 꼬리를 만들던 물이 맨 위 덮개를 타고 방수비닐 안에서 자체적인 비를 만들 우려가 있긴 합니다. 아무래도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지만 귀찮군요ㅋㅋ 짐받이 위에 올릴 가방을 위한 방수백이나 하나 더 만들고 조심조심 다닐랍니다. 그리고 비가 오지 않도록 열심히 기도하려구요.





  페니어 자작기라고 하기에는 매우 부끄러운 상태입니다. 구구절절 설명했지만 가방 끈 잘라서 두 가방을 매놓은 것밖에 안되니까요. 하지만 들어간 비용이 없이 그냥 집에 놀고있던 물건만으로 훌륭한 수송수단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 뿌듯합니다. 물론 비에 취약하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게 아닐까요?


...라고 쿨하게 말하는 순간에도 일기예보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_-





멍교수
국토종주 2012. 8. 16.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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