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주 후기 : 2일차] 양평군립미술관 ~ 충주(충주댐, 탄금대)(코스정보)






  드디어 국토종주 2일차가 밝았습니다. 양평의 친구집에서 푹 쉬고나니 기분이 좋더군요. 친구 어머님께서 아침식사로 따뜻한 집밥을 먹여주셔서 집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습니다. 감사의 의미로 두유라도 한박스 사드리고 나오는 길에 친구와 어머님께 정말 고맙더군요.




  단지에 주차해놨던 자전거에 짐을 다시 바리바리 싣습니다. 능내역쯤 지나오면서 비로 젖은 바닥을 공포의 페달링(왜 공포인지는 1일차 후기를 참고해주세요...)으로 달렸더니 하루만에 이미 거지꼴이 되었습니다. 뭔 짐이 이렇게 많았는지... 미리 얘기하자면 특히 옷이 많았는데 7일차에 비를 쫄딱맞으며 다 젖고 말았다는 슬픈 전설이 있어요.




  친구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양평군립미술관이 있었습니다. 전날 밤에 인증센터를 찾지 않고 갔던 대신 오전에 들러서 도장을 찍었습니다. 지난 밤부터 왼쪽 무릎 안쪽이 왠지 아픈 것 같았지만 갈길이 멀기 때문에 길을 재촉하려고 했는데요.


  양평군립미술관이 제게 애틋했던 이유는 정말 소중한 인연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 상주에서 버스로 인천에 올라오셨다가 저처럼 이틀차를 맞으셨다는 아저씨와 아들이었는데요. 자출사 등의 카페에서 말로만 듣던 부자간의 국토종주를 실제로 목격하게 된 것이죠. 아저씨께서 잘 알고 계시다는 상주부근의 코스에 대한 정보도 얻고 외로움도 달랠 수 있었습니다. 각자 페이스가 있으니 가면서 또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3일차까지 함께할 인연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요. ^^


(아저씨께서 4대강 이용도우미 사이트에 여행후기를 올리셨는데 메인에 잠시 게재되었습니다. 저와 함께 찍은 사진도 같이 있어서 저도 메인에 작게나마 노출되었던 영광을 얻게 되었네요. 못보시겠지만 이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http://www.riverguide.go.kr/community/postView.do?bno=416&cPage=2&board_id=B021)




 날이 다소 흐리긴 하지만 라이딩하기에 딱 좋은 날씨입니다. 요때까지는 지나가면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있었을 때인 것 같네요.ㅋㅋ




 이포보에 도착해 함께 쉬던 어떤 아저씨와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받고 했습니다. 둘째날도 그다지 일찍 나온편이 아니라 마음이 조금 급하긴 했지만 어쩌다보니 그 분과 시간가는줄 모르고 이야기 삼매경에 빠졌습니다.ㅋㅋ 자신은 근처에서 운동삼에 나왔는데 갑작스러운 연락때문에 다시 돌아가봐야 한다며 드시려고 가지고 나오셨던 사과를 주시더군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ㅠㅠ 그리고는 마침 아까 군립미술관에서 만났던 아저씨와 아들이 도착해 다시 만나 넷이서 또 이야기꽃을 피우고 나니 어느새 30분이 지나있더군요.



 이포보를 지나 여주보에 도착합니다. 역시나 도장찍고 조금 있으니 종주부자(왠지 격식이 좀 덜한 것 같지만 편의상 이렇게 부르겠습니다. 아저씨 죄송해요...)를 다시 만납니다. 이후엔 보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말씀을 듣고 이것저것 사가기로 합니다. 점심먹기엔 아직 일러 조금 더 가기로 합니다.





 여주보에서 약 10km 더 달려 강천보에 도착했습니다. 안내판 상으로는 반 이상 온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걸 거리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더 갔다가 점심먹을 곳을 못찾으면 낭패를 볼수도 있기 때문에 여기서 해결하기로 합니다. 아쉽지만 식당은 없고 편의점만 있는데 그나마도 도시락이 없어서 컵라면과 맥반석 계란을 먹었네요. 밥 잘 먹고 밖에서 쉬고 있는데 또다시 종주부자를 마주칩니다. 강천보에서 조금 나가면 식당이 있다고 알려주시더군요. 아쉬웠습니다.



  또 서로 사진을 찍어줍니다. 옆에 자전거는 아저씨께서 한달 쯤 전에 구입하신 애마라고 하네요. 시마노 SLX급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무슨 용기로 이렇게 제 사진을 자꾸 올리는지 모르겠네요. 아마도 그만큼 소중한 추억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오글오글...


  결국 아파왔던 왼쪽 무릎 뒷쪽에 파스를 붙이기로 합니다. 그런데 접히는 부분이라 그런지 이놈이 가만히 있지를 않더군요. 시원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조금 가다 결국엔 떼어서 버릴 곳이 나올때까지 스템에 붙여놓고 달렸습니다.



 원주시 부론면을 거의 다 지나 남한강대교를 건너기 직전에 큰 소나기를 만납니다. 산지라 그런지 뚝뚝 오던 비가 천둥번개가 치며 후두둑 떨어지기까지 금방이더군요. 다행히 마을 정자가 있는데 그곳에 몇몇분이 보입니다. 종주부자를 거기서 또 만났네요.


  앉아계시던 아저씨들과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저의 정체를 밝히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역시나 근처에서 잠시 나오셨다는 어떤 아저씨께서 가면서 먹으라며 삶은 계란에 소금까지 주셨는데 이런 훈훈한 정이 외로움은 덜고 힘은 주는 것 같습니다.


  이 계란은 제가 먹진 않았지만 나중에 또 만났을 때 배가 고프다던 종주부자 아저씨가 타주신 냉커피와 교환했습니다.ㅋㅋ 종주 후 첫 커피맛을 봤는데요. 왜 믹스를 가져갈 생각을 못했나 싶더군요. 커피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가져가시길 추천드립니다. 당분도 보충할 수 있고 기분전환도 되거든요. 물론 물이 귀할때는 참아야겠지만요.




 저보다 짐이 간소해서 우천대책이 용이했던 종주부자는 먼저 가고 저는 비가 되도록 그치기를 기다리며 비닐을 씌웁니다. 전날 가방에 맞춰서 비닐들을 만들어놓았던게 이렇게 도움을 주네요. 다 되었을 즈음 비가 그치긴 했지만 어차피 바닥이 많이 젖어있기 때문에 요긴하게 제 역할을 다합니다.



 남한강대교를 건너니 제가 있는 곳이 금세 강원도에서 충청북도로 바뀝니다. 충주가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었네요.



 여전히 종주부자와는 계속 가다 만나다 하는 사이가 되었는데 혼자 나무데크길을 가는 중에 옆 난간에 핸들바가 걸려서 넘어지고 맙니다. 아픈 것보다도 비도 오고 혼자 넘어져서 서럽습니다. 뒤에서 오시던 분이 감사하게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괜찮냐고 물어봐 주시더군요. 어차피 투정부릴 사람도 없고 그럴 여유도 없습니다. 마실물도 부족한 상태라 물을 살짝만 뿌려주고 일단 둡니다. 지금은 딱지가 다 떨어지고 영광의 상처가 되었네요.ㅋㅋ 나무데크길은 비오면 매우 미끄러우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어느덧 슬슬 해가 집니다. 충주에 들어설때 즈음 종주부자를 다시 만났네요. 마침 그분도 충주댐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들어갔다 올 예정이라 하셨는데, 이미 날도 어두워졌고 이렇게 된거 3인 1조로 함께 이동하자고 제안하시더군요. 저는 잘됐다 싶었습니다. 탄금대로 가지 않고 어두운 길을 달려 충주댐으로 향합니다. 잠시 샛길로 빠져 다시 돌아나와야 할 곳을 가고 있다는 억울함은 전혀 없지만, 막판의 업힐은 정말 극악이더군요. 마지막 1~2km는 다같이 끌바하며 대체 언제 끝나나 투덜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어두운 가운데에도 무사히 충주댐에 올라 도장을 찍고 한참을 쉬었다가 내려옵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음을 이때 처음으로 절실하게 느꼈던 것 같네요. 내려오는 길에 이미 저녁시간이 조금 지난 상태라 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이럴땐 고기위주로 잘 먹어두어야 한다는 아저씨의 말씀을 따라 갈비탕 세그릇을 시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일단 오늘만큼은 함께 움직이고 숙소를 잡기로 했는데, 양평 친구네서 떠난 뒤로 혼자인 것만 같았던 막막함 대신 든든함이 느껴졌습니다.


  갈비탕으로 배를 채운 후 보다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충주댐과 탄금대 분기점(수행교)으로 돌아가 탄금대로 향합니다. 사실은 온천이 있다는 수안보로 갈까 했지만 이미 시간이 10시가 넘은데다 탄금대 인증센터에서 만난 다른 일행들에게 물어보니 가는 길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라고 하기에 충주에서 1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충주 시내로 나와 숙소를 찾는데 시내라 그런지 방값이 비싼데다 빈방이 없는 곳도 허다하더군요. (아마도) 가족과 함께하는 불토라 그런가봅니다. 저는 혼자 4~5만원 내고 자는게 너무 부담스러웠는데 다행히도 허름하지만 2.5만원에 쉴 곳을 찾았습니다.





  윗층엔 종주부자가, 아랫층엔 제가 묵었는데 하루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아저씨가 사주신 캔맥주를 한 잔 하며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모처럼 인생 대선배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라 저도 사뭇 진지해지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건 다음날 같이 움직이기로 한 것인데요. 이렇게 또 묻어갑니다.ㅋㅋㅋ


 우리에겐 다음날이 있으니 간단하게 마무리하고 결국 각자 잠에 들기로 했지만 너무 피곤해선지 오히려 잠이 잘 오진 않더군요. 가만히 충주 시내를 바라보며 이틀째 밤을 보내줍니다. 사실 어디가 시내인지는 모르지만요.







<코스정보> - 양평군립미술관 ~ 이포보 ~ 여주보 ~ 강천보 ~ 충주댐 ~ 충주탄금대 (약 110km)



  군립미술관에서 강천보까지는 비교적 무난한 코스였습니다. 다만 옆이 탁 트인 길이라 그런지 역풍이 좀 세더군요. 그리고 수도권을 나오면서부터 근방에서 라이딩 나온 분들의 수가 확 줄어 거의 순수 종주인원만 남게되는데, 그래서인지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도 있고 참 외롭습니다.


  보에는 대부분 편의시설이 있습니다. 최소한 편의점 하나씩은 있었던 것 같은데요. 사전에 네이버 지도등을 통해 편의점 현황을 알아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앞으로 밥집이 없겠다 싶으면 조금 이르더라도 꼭 식사를 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보급은 편의점이나 가게가 보일 때마다 조금 넉넉하다 싶도록 채워놓는 것이 아무래도 좋더군요. 강천보와 탄금대 사이가 약 60km나 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특이할만한 부분은 충주댐인데요. 샛길로 빠졌다 다시 나와야 하기 때문에 시간손해가 있는 구간이긴 하지만 65km(왕복 130km....T.T)나 되는 안동댐 구간에 비하면 8km(왕복 16km)는 애교입니다. 되도록 들르시길 권합니다. 충주와 먼 곳에 사신다면 더더욱 그렇구요. 아라한강갑문~충주댐까지가 한강종주구간이기 때문에 인증에 필요합니다.

  다만 충주댐을 수km 남겨놓고 업힐이 계속되는데요. 이 구간은 차와 함께쓰는 도로이기 때문에 안전에도 유의하셔야 합니다. 특히 마지막 1km는 정말 힘들더군요. 이틀째 체력을 거의 다 소진하고 난 후여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인천에서 충주까지 오며 가장 힘든 구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충주댐만 올라가실게 아니라면 체력을 비축해 두시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

  그리고 다운힐시에는 당연한 얘기지만 노면 상태와 자동차에 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밤에 오르내려서 더더욱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름 위험하다면 위험한 구간입니다. 역시나 야간에는 밝은 전조등을 권장합니다.


  충주댐에서 충주댐-탄금대 분기점(수행교)까지 오는 길에 식당이 몇 곳 있긴 합니다만 언제까지 문을 열지는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8시쯤 올라가서 9시쯤 내려왔는데 한 곳은 내려올때 닫혀있었고 다른 한 곳은 열려있더군요.ㅎㅎ 수행교에서 탄금대 가는 길은 가깝기도 하고 또 매우 평이한 코스입니다.





멍교수
국토종주 2012. 9. 1.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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