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 홍세화






나는빠리의택시운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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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홍세화 (창작과비평사, 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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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쓰다 나중에 고쳐야지 하고 뒀는데 귀찮아서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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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파업으로 학교에서 동묘앞까지 정확히 다섯 정거장을 가는데 40분이 걸렸다.
집에는 거의 두 시간이나 지하철 안에서 시달린 후에야 도착할 수 있었고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한 그들이 미웠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건데 파업을 강행한 철도노조에 대한 불만은 아니었다. 파업이 어째서 일어나게 되었는지 전후사정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나는 나를 불편하게 만든 이들이 누군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쓸데없이 돌려 말했지만, 내가 하고싶은 말은 그것이 만약 정당한 파업이었다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파업으로 차질을 빚게 되면 당장 불편하다는 이유로 무조건 비난하고 본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가 언젠가는 자신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할 권리의 박탈로 되돌아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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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들이 가지고 있는 '똘레랑스'라는 가치를 국내에 소개한 최초의 책일 것이다.
'관용'이라는 한 마디로 흔히 압축되는 똘레랑스는 사실 '연대'란 의미에 더 가깝다고 그는 말한다.
 
순수한 한국인이지만 '꼬레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목적지로 적혀있는 여행문서를 받아야만 했던 그의 모순은 어느 한 사람의 난처한 상황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그 대단한 권위주의와 레드 컴플렉스의 합작품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홍세화의 귀국은 우리사회의 변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단면일 것이다.
 
당시엔 시끌벅적 했지만 지금 새삼스럽게 그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건 그를 망명으로 이끌었던 우리 사회의 모순이 이미 현재의 우리에게는 큰 의미를 갖지 않을 만큼, 살기 좋은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지는 않을까.
 
 
 
역사의식과 현실에 대한 문제인식이 없는 것은 죽은 듯 사는 것과 다름없는걸까
아니면 쓸데없이 피곤하게 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일까. 아직도 궁금하다.

(091204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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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교수
책꽂이/문학 2010. 10. 2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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