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열풍과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






  지난 9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며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는데요. 검찰은 이틀 뒤인 18일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연고, 뒤이어 사이버 허위사실유포 전담수사팀을 꾸리며 포털 사이트 등 사이버상의 허위사실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기사 #1 : 검찰, 허위사실 유포와의 싸움 ‘준비됐다’… ‘전담수사팀’ 구성 (뉴스한국, 14.09.19)

기사 #2 : `빅브라더` 현실로? 카카오톡 사찰 논란에...`텔레그램` 사이버 망명 급증! (wowtv, 14.10.02)

기사 #3 :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텔레그램으로 환승? (쿠키뉴스, 14.10.04)

 

  그런데 유관기관 대책회의에 카카오톡 간부가 참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단순히 포털 사이트 뿐 아니라 메신저에도 정부의 눈길이 미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겨났고, 이윽고 해외에 서버를 둔 SNS나 메신저 서비스로 옮겨가는 ‘사이버 망명’이 시작되었습니다.

 

(http://telegram.org / twitter@TelegramKorea)

 

  그 와중에 급부상한 것이 독일로 망명한 러시아 개발자의 ‘텔레그램 메신저(Telegram Messenger)'입니다. 강력한 보안성과 잘 알려진 설립 취지로 인해 각광을 받게 되었는데요. 며칠 전부터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이미 카카오톡을 누르고 무료 어플리케이션 인기순위 1위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니 그 파괴력이 엄청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스마트폰의 보급을 부추긴 것이 편리한 채팅의 방식으로 무제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메시징 서비스였고, 국내의 경우 초기에는 카카오톡과 마이피플, 틱톡 등 여러 메신저가 난립했으나 결국에는 카카오톡으로 수렴하는 결과가 지금까지 이어져 왔던 카카오톡의 아성은 스마트폰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도전받았던 적이 없었음을 감안하면 사생활 보호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텔레그램을 앞세운 사이버 망명 열풍이 그저 지나가는 유행이 될 가능성도 적진 않은데요. 그 이유는 메신저 서비스의 경우 유독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네트워크 효과란, 어떤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 그 자체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할 수록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보고 그것을 소비하게 되는 현상인데요. 갤럭시 노트나 아이폰(현재는 다소 주춤하지만…)이 많이 팔리거나, 특정 브랜드의 의류가 유행을 타서 너도 나도 입고 다니는 모습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효과 : http://ko.wikipedia.org/wiki/%EB%84%A4%ED%8A%B8%EC%9B%8C%ED%81%AC_%ED%9A%A8%EA%B3%BC

 

  그러나 IT산업의 경우 그러한 네트워크 효과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사용자의 편의와도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독점에 가까운 윈도우의 OS시장 점유율이 좋은 예입니다. 윈도우가 많이 보급되면 윈도우 기반의 응용프로그램 개발이 활발해지고, 사용자들은 다시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 윈도우를 선택하는 선순환이 이어지지요.

  메신저의 경우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 목록에 있기 때문에 그것을 사용하고, 나 역시 목록 속에 존재하는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 되어 다른 사람들이 이 메신저를 선택하게끔 하는 현상이 반복됩니다. 카카오톡이 현재 국내 메신저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현상 역시 유독 카카오톡이 기능면에서 훌륭했다기 보다 선점효과가 결정적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메신저 서비스의 특성 때문에 텔레그램의 열풍이 지나가는 유행으로 그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드는 것입니다. 카카오톡만 사용하는 사람들은 계속 카카오톡을 쓰고, 텔레그램을 설치한 사람들은 카카오톡만 사용하는 사람들과 대화하기 위해 카카오톡을 지우지 못하고, 다시 카카오톡만 사용하는 사람들은 텔레그램을 설치한 사람들이 여전히 카카오톡에 있으니 계속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그러다 보면 굳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텔레그램을 남겨두기 보다는 조용히 삭제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날지도 모를 일이지요.

 

  때문에 정말로 텔레그램으로의 ‘사이버 망명’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일단 사용하지 않더라도 텔레그램을 설치해 두어 사용자 목록의 일원이 되고, 나아가 카카오톡을 탈퇴하여 네트워크 효과를 온전히 텔레그램으로 옮겨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카카오톡만 사용하던 사람들도 ‘텔레그램에만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최소한 두 메신저를 모두 설치하는 동기를 이끌어낼 수 있을테니 말이지요.

 

  사실 카카오톡의 선점효과가 무척 견고했고, 사용자가 사용자를 부르는 메신저 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텔레그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금방 사그러들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오래 지속되는 모습을 보면서 여전히 쉽지 않으리라 생각하면서도 ‘혹시…?’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네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할 것 같습니다.



멍교수
공부방/경제이론 2014.10.04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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