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죽음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라는 가수를 알게된 것은 내 기억으로 새내기였던 2004년이었다.


어디서 어떻게 알게되었는지까진 기억나지 않지만 흥미로운 이름이 깊은 인상을 주었던 것이 떠오른다.


당시 절룩거리네와 361타고 집에 간다를 특히 좋아해서 듣기도 하고 부르기도 하다가 올해에 새로운 음반이 나왔다길래 궁금한 마음에 몇 곡 들어보고는 다시 내게서 잊혀졌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상기시키게 될줄이야.


얼마 전 위독하다는 소식을 인터넷에서 접하고 나서 곧바로 세상을 떠났음을 듣게되었고, 생전에 받아보지 못했을 큰 관심을 이제서야 받아보는 그가 정말 측은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SK커뮤니케이션즈의 횡포에 관한 사실이었다. 저작권료를 도토리로 주었다니 웃기지도 않는 얘기다. 신곡에서 그가 먹지도 못하는 도토리를 왜 주냐며 고기반찬을 먹고싶다 투정부리는게 대체 무슨 헛소린가 했는데 이런 의미가 담겨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사실 네이트측에서 그가 죽게 만든 것도 아니거니와 도토리를 지급해서 고기반찬을 못 먹은 덕에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말도 억지인 만큼 도의적 책임조차도 없는게 사실이다. 때문에 그의 죽음의 안타까움에 대한 책임까지 네이트측에 풀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어이없는 관행은 분명히 지탄받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더 화가 나는 이유는, 쇼핑몰 적립금도 아니고 '도토리'였다는 사실이다. 쇼핑몰에서 구매회원에 대한 서비스로 지급한 적립금은 부수적인 것이거니와 얼마 이상 모여야 쓸 수 있다는 등의 사용상의 제약을 내세워도 그것이 거의 사용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 아닌 이상 내가 다른 곳이 아닌 그곳을 선택한 것은 감수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적립금은 뭐라도 살수있지 않은가.


하지만 저작권료는 다르다. 이것은 쇼핑몰에서 적립금을 주듯 음원 사용자가 저작권자에게 선심을 쓰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음원을 제공한 대가로 돈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이게 옳다는 사실을 굳이 말해야 한다는 것이 참 귀찮을 지경이다. 그런데 네이트는 그렇게 했다. 사실 그는 아는 사람만 알고, 나처럼 노래는 좋아하지만 그에 대해 궁금하지 않은 사람들이 팬의 대부분인 만큼 판매량도 그다지 많지 않았을 것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이처럼 약자의 입장에 있는 아티스트에게 니들의 노래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배짱으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상대방에게 불리한 계약을 강요하였고, 달빛요정은 그래 어차피 음반도 잘 팔리지 않을거 도토리라도 받자 하고 어쩔 수 없이 계약서에 서명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음원시장의 생리도 모르고, 직접 보지도 않은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말도 안되는 소설이라고 치부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더구나 도토리는 네이트로서는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 결제수단이다. MS가 찍어내는 윈도우즈의 가격이 물리적인 CD의 가격은 극히 미미한 비중을 차지할 뿐 개발비용 등이 거의 100%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초기비용은 많이 들지만 팔면 팔수록 수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처럼, 도토리를 사용해서 구입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 그렇다.(즉, 한계비용이 매우 작다는 얘기다.) 더구나 그의 말마따나 먹지도 못하는 도토리로 실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구매할 수도 없다. 가끔 인터넷 장터에서 거래되는 것처럼 100개에 6천원에 팔면서 직접 저작권료를 현금으로 환전하기 전에는 말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도토리를 통해 얻는 수익이 어마어마 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의 독창적이고 부가가치 높은 수익모델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저작권료의 지불수단으로 얼마나 부적합한지를 말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가 쇼핑몰 적립금 이용약관에 동의했듯 달빛요정 그 또한 스스로 동의한 것이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싶지만 글이 너무 길어져서 그만두지만 쌍방의 자발적인 합의에 의해서 도출된 불완전한 계약이 엄연히 존재한다. 또한 음원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우리들의 책임도 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불공정함에 대해 말하는 이 문제에서는 적합치 않아 제외시킨다. 책임회피가 아니다. 내가 여기에 스스로 내 잘못을 시인한들 누가 나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며, 아니라고 해서 음반구매자가 되는 것도 아니거늘.)


만약 그 가수가 소녀시대였다면? 음원서비스 제공자가 저작권자에게 자의든 타의든 수익 배분을 더 후하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시가 네이트에 '이거밖에 안주면 노래 안줄래'하고 튕기면 하루에도 수백 수천명이 사려고 기다리지만 '뭐야 없잖아?' 하고 그냥 돌아서는걸 볼 수 없을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전에 멜론에서는 SKT의 멜론폰(옴니아 1, 2등 스마트폰과 일부 피쳐폰)으로 무료로 이용하는 회원들에게 일시적으로 SM의 음원이 제공되지 않았던 적이 있다. 대체 무슨일이 있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멜론에서는 멜론폰 무료사용자가 이용한 곡에 대한 저작권료를 유료회원의 그것보다 싸게 책정해 놓았고, 아무래도 멜론측보다 우월한 SM에서 불판을 표출해서 재협상에 들어갔던 것은 아니었을까? SM은 멜론 한 곳에 제공하지 않는다고 곡들을 못팔만한 가수들이 가득한 것도 아니거니와, 그들의 노래가 없으면 돌아서 다른 서비스를 찾을 많은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이것 역시 나의 추측이지만, 나의 소설뿐이라 해도 유사한 일들이 각 분야에서 발생해 왔으며, 현재에도 그렇다.


실제로 오래전에 이마트와 BC카드사간의 수수료 전쟁이 있었고, 우리가 잘 알고있는 출판사의 관행이 있으며 노예계약을 맺은 연예인의 사정이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요즘 공정사회 실현이라는 이름으로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불공정 거래 또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카드사, 이마트의 낮은 수수료요구로 '곤혹' - http://news.mt.co.kr/mtview.php?no=2005032816293406637&type=1


이처럼 불균형적인 시장지위 남용으로 인한 불공정한 사례는 우리가 알고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영역에서, 더 잔혹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경제주체들이 상호 협력하거나 경쟁하면서 우월한 지위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질수록 이런 행태가 나타날 가능성은 더욱 크다. 경쟁은 상호간의 발전을 촉진시킨다는 점에서 좋은 점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와 같은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불공평함에 대한 불쾌함 이상으로 치명적이다. 만약 이마트가 카드사에게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그 인하분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돌려줄 수도 있겠지만, 카드사는 그렇게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위해 우리에게 어떤 일을 할지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더 큰 문제는 그런 식으로라면 날때부터 잘나고 덩치큰 기업이 아니면 커보기도 전에 싹이 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장의 장벽이 구축된 뒤에 우리의 선택의 폭이 점점 좁아질 것은 자명하다. 때문에 단순히 누구 하나가 잘되는게 보기 싫어서가 아니라 건전한 경쟁을 위해서 적절히 규제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진원)의 빈소


하지만 사실 이러한 부조리보다도 나에게 더 안타깝게 다가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는 다시 그의 죽음에 대한 얘기로 되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들이 멜로디도 세련되지 않았고 가사도 구질구질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시시콜콜한 푸념들이 쏟아지는 노래를 들으면서 곡 속의 주인공은 어쩜 저렇게 찌질할까, 싶지만 사실 그게 우리들의 삶에가깝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은 어쩌면 가끔씩만 젓가락질이 가는 스끼다시일 뿐이라고 처절히 느끼는 날이 있는가 하면, 여러가지 고민들로 절룩거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난 왜 이모양 이꼴일까 한탄하며 감지않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집에 쳐박혀서 시간만 때우던 우울한 날에 그의 노래를 들으며 나만 이렇게 병신같은 건 아니구나 하며 위안을 얻고 마음을 다잡아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투박한 그 노래들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그는 '루저들의 별'이었다.


개인적으로 그를 만나본 적도 없고, 됨됨이에 대해 전해들은 적 조차 없지만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하고 그 이상으로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사람이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한 그가 산통을 겪으며 낳아놓은 자식들을 통해 우리는 모처럼 위로를 받고 또 모처럼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는데, 그 자식들이 홀대를 받아왔음을 알아버렸으니 이렇게 나불대기라도 해야 조금은 진정될 것 같은 내가 당연할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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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교수
다락방 2010. 11. 7.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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