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D] 인천 만석동 어느 골목의 강아지들








  사정상 지난 겨울엔 거의 집에 붙어있다시피 했다. 이제는 그 사정이 사정이 아니게 되어 마음껏 돌아다녀도 되건만, 관성 탓인지 여전히 집에 있는게 편하게만 느껴지는 걸 어쩔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바깥 바람을 온몸에 집어넣고 온 날엔 날카로웠던 신경도 쓸려 무뎌지고 몸에도 활력이 가득해짐을 확연히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밖으로 나갔다. 그 시간대엔 지하철을 타고 나가봤자 이동시간과 생소한 곳에서 헤매는 시간만큼 해는 져갈 것이 뻔했다. 그래서 진부하지만 익숙함을 높이 사 월미도에 가기로 했다. 물론, 걸어서...


  가는 길에 우연히 만석동의 한적한 주택가 골목에서 두 마리의 개를 만났다. 대문을 지키고 있던 백구는 덩치는 커도 순한 놈이었다. 고요한 골목엔 크고 작은 개 두 마리가 한가함을 지키고 섰다.


 아래 사진에서 누워 자고 있는 어린놈이 처음에 날 보자마자 나에게 달려와서 불안함도 잠시, 나를 반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요 귀엽고 활발한 녀석 덕분에 집에 와서 사진들을 확인해 보니 초점이 안맞았거나, 다른 장면 가장자리에 저 놈의 꼬리가 빼꼼히 고개를 들어 망친 사진들이 많았다.




내 앞에서 한참을 뛰놀던 녀석이 피곤했는지 길 한복판에 덜렁 누워버렸다. 이젠 나도 식상한 손님이 되었나보다.



대문을 지키고 있는 백구녀석은 저 자세가 편한지 줄곧 저러고 앉았다.



한참을 순한 두놈들과 놀다 골목을 나서니 듬직한 놈과 마주쳤다.

 순한 척 있다 사진만 찍을라치면 우렁차게 짖는 탓에 놀란게 한 두 번이 아니다. 




  고요한 시간에 다시 저 골목에 들러 녀석들 옆에 앉아있는 나를 상상해 본다.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고 앉았으면 참으로 우스꽝 스럽겠지. 하지만 그런 적적한 활동을 거기서 고놈들과 꼭 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생긴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날 이상하게 볼거고, 그럼 난 뻘쭘함에 몸둘바를 모르고 자리를 뜨고 말겠지.






멍교수
사진생활/모습들 2012. 3. 27. 19:49
,
Powerd by Tistory, designed by criuce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