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서를 고를 때 고려하는 것들










  실로 오랜만에 일반서를 구입해 봅니다. 3년여 간의 수험생활 중에 수많은 수험서를 구입하면서 상대적으로 일반서는 등한시 했거든요. 도서정가제 이후로 책값이 만만치 않은데다 사도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아주 오랜만에 책을 구입했는데, 이미 베스트셀러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살짝 지나간 미움받을 용기와 피로사회입니다.


  사실 피로사회는 약 1~2년쯤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현대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분석한 책인데요. 언젠가는 소장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책의 내용이 매우 희미해진 이제서야 구입하게 되네요. 미움받을 용기는 너무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오히려 탐탁찮았지만, 주체적인 삶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내용들이 유용할 것 같다는 궁금함이 더 컸습니다.


  간만에 심리/철학서를 구입한 김에 평소 심리학서를 고를 때 눈여겨보는 부분에 대해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피로사회는 심리학서가 아닙니다. 단지 마침 함께 구매했기에 사진을 올렸을 뿐이지요.) 



  심리학과의 인연은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렇게 말하니 엄청난 인연이 있는 것 같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그저 맛을 봤을 때라고 해야겠군요. 학교를 다니며 심리학 관련 교양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저의 취향에 잘 맞더군요. 물론 교양강의 특유의 가벼움과 심리테스트를 하는 것 같은 재미가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어떤 교양과목들에 비해서도 재미있었음은 분명했습니다.


  특히 인간의 내면을 체계화하여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길러 준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네요. 물론 이는 복잡다단한 인간의 감정이나 정신세계를 체계화 함으로서 어쩔 수 없는 비약이 있을 수 있기에 인간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오히려 이론으로 인간을 정의하는 일종의 편견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흥미로운 것은 사실입니다.


  어쨌건 그런 이유로, 그리고 인간관계에 지치거나 여러가지 일 때문에 마음이 힘들 때마다 상담 내지는 현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싶다는 욕구로 미움받을 용기 등 몇 권의 심리학 관련 서적(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아직도 가야할 길, 나는 왜 그에게 휘둘리는가, 내면아이의 상처 치유하기)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사놓기만 하고 완독하지 못한 녀석도 있지만, 적어도 고를 때 만큼은 심사숙고 했기에 나름의 기준을 적어볼까 합니다.



1. 저자가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 내지는 철학자일 것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심도있게 관련 분야를 전공한 사람이 아무래도 여러가지 이론에 근거하여 주장을 펼치지 않겠느냐는 기대 때문입니다. 그다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간혹 관련분야를 전공하지 않고 나름의 체험을 통해 얻어낸 삶에 대한 자세같은 것에 대해 쓴 책을 발견하는데요. 그 역시 무척 값진 것일 수 있지만, 아무래도 지극히 개인적일 가능성이 있고 체계화된 이론에 근거하지 있지 않다는 아쉬움이 크더군요.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부류(?)는 임상경험이 있는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 쪽입니다.



2. 서평을 찾아볼 것

  서평을 검색해보는 것은 물론 그 책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어떤 평가를 내렸는가, 개략적인 내용은 어떠한가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읽었는가를 가늠해 보는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읽힌 책을 더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가치가 있음을 말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다소 세속적인(?) 이유같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하는 것과는 별개로 어느 정도 읽혔다는 점이 크게 작용합니다.



3. 실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가

  사람들이 심리학서를 읽는 이유는 이론서가 아닌 이상 인간에 대한,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활용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는 단순히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는 것 이상으로 적극적인 목적을 위해 선택했었구요. 때문에 내가 해결하기를 원하는 문제, 해소하고자 했던 궁금증에 대해 얼마나 잘 답변해주고 있을지를 가늠해 봅니다. 그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은 목차를 보는 것인데요. 단순히 어떤 목적지에 대해 그 곳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서만 말할 뿐, 그곳으로 가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면 최적화된 저자의 인생방식을  자랑하는 자기계발서와 다를 바가 없다고 봅니다.




4. 문체 혹은 구성

  최근 미움받을 용기와 같이 상담자와 내담자의 대화형식을 띈 책이 심심찮게 보입니다. 이것은 보다 친근하게 읽히고 질답형식으로 모순을 드러내고 해결하며 극적인 전개를 이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고전적인 구성의 책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다소 재미없을 수는 있어도 쓸데없는 말(예를 들면 대화체에서의 "후후 물론 그렇다네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하는 등의 내용)들이 거의 없어 내용이 밀도있기 때문입니다.

  대화체로 된 책들 대부분이 두께는 일반적인 책과 다를 바 없으나 여백이 많아 절대적인 내용 자체도 적다 싶은데 그 와중에 방금 예로 든 말과 같은 내용들의 비중도 적지 않아서 다 읽고 나서도 갈증이 남더군요. 저의 편견일 수 있겠으나 이런 구성은 어떤 점에서는 저자의 빈약한 컨텐츠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되는 면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피로를 느끼면서 정신건강에 대한 여러가지 시도가 높이 평가받고 있는데, 인간의 내면에 대한 이해를 돕는 심리학 관련 서적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봅니다. 혹시라도 저와 같은 목적에서 읽을 책을 찾고 계신 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멍교수
다락방 2016. 3. 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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