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트라베이스 - 파트리크 쥐스킨트






콘트라베이스
카테고리 소설 > 독일소설
지은이 파트리크 쥐스킨트 (열린책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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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에 들어가기 앞서서 파트리크 쥐스킨트와의 첫 만남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향수>로 잘 알려진 그와 나의 인연은 중학교 3학년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0년전 허허허허허 늙었군)
 
요즘은 수업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바뀌었는지 그대론지 모르겠지만 중3 겨울의 학교는 천국이었다. 기말고사 후에는 고등학교 원서 쓰느라 가끔 교무실 왔다갔다 하는걸 빼고는 자율학습을 했으니 지금까지의 시간들 중에 어느정도 무언가의 '재미'는 알 정도로, 하지만 여전히 천진할 수 있을 만큼만 적당히 철이 들었던 때였던 것 같다. 우리는 가끔 비디오를 빌려서 다같이 보거나 만화책을 포함해 여러 책을 읽으며 시간을 때웠다. 그렇게 무료한 겨울을 나면서 여기저기 서성거리다 가끔 도서관엘 들렀던 것 같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아마도 친했던 친구가 도서부였던거 같기도 한데... 뭐 암튼.
 
기웃거리다 집어온다는게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였으니 그와 나는 10년째 인연을 맺고 있다...
고 할수 없는 것이 집어와서 전혀 읽지 않았다. 그러니까 사실은 초면인 셈이다.
 
내가 이제 한 번 읽어볼까 하고 책날개에 적혀진 작가 소개를 읽고서 본격적으로 들어가려니 자습이지만 들어와계시던 국어샘께서 이 책을 알아보셨다. 나는 순전히 장난으로 방금 읽은 책날개의 작가소개를 줄줄 읊었는데 진지하게 들으셔서 내가 더 당황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아무튼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지나 콘트라베이스가 특가로 떴으니 일단 결제를 완료하고 책장에 고이 모셔둔지 한두달이 지났을까? 잊고 있다가 <어디선가 나를찾는...> 다음에 읽을 책을 생각하며 책장을 보고서야 기억해냈다. 아참 샀었지.
 
크기도 작고 양장본이어서 두꺼운 앞뒷표지가 본문의 두께가 거의 비슷비슷할 정도로 얇다. 손도 마음도 가볍게 선택했고, 그만큼 가벼이 읽었다.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국립 교향악단의 콘트라베이스 주자로서 느끼는 보람, 좌절, 불만이 하나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듣는 사람을 상당히 피곤하게 만들 정도로 수다스럽기도 하고, 딱히 아주 흥미로운 소재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지루하기도 했지만 '이제 얘기좀 그만해!' 하고 등지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호기심에 귀는 열어놓는 것 같은 마음으로 읽었다. 아 뭐야 재미없잖아 하고 가방에 넣었다가 왠지 궁금해서 다시 꺼내기도 했던걸 보면.
 
그는 상당히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산만하며 과대망상에 탁월한 소질이 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한편 미워하기도 하는 모순을 가졌고 동시에 나약한 사람이기도 하다. 콘트라베이스가 얼마나 대단한 악기인지, 자신의 실력이 얼만큼 뛰어난지 자랑을 늘어놓다가도 뭐 이딴 악기가 다 있냐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하고 일어나지도 않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하지만 그녀는 그를 모른다...전혀)과의 일에 대해 마구잡이식으로 구체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한다. 또한 그렇게 원하는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한 일들은 둘째치고 눈앞에 나서려는 의지조차 없이, 듣는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비현실적이고도 한없이 찌질한 방법을!!! 그것도 할까 말까 고민한다!!!!!!!! (아 진짜 좀 흥분된다...)
 
사람은 좋은데 참 못났다 싶고 어떻게 보면 측은한 마음을 갖게 만드는 그이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사실 우리의 모습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 주어진 것을 변화시키고 싶은 욕심은 많지만 그럴만한 의지를 표출하길 주저하고 결국은 현실에 안주하고 마는 소시민의 전형이다. 다만 그는 그걸 극단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만들어진 결정체라는 것 뿐, 사실은 닮았다. 지금까지 내 신랄한 뒷담화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럼 나는 많이 다른가? 누구도 쉽게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 오늘따라 쓸말이 잘 생각이 안난다. 감흥도 없고 귀찮아서 다듬기도 싫고... 그냥 내가 공감한 역자후기나 대충 발췌해놓고 말랜다.
 
 
"쥐스킨트의 글을 읽으면 적어도 세 번은 놀라게 된다. 우선은 이야깃거리가 될 성싶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소재를 다루었다는 것에 놀라고, 다음은 집요하게 소재를 추적하여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결국 제법 실팍한 이야깃거리로 만들어 내어놓되 그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당연하다는 것에 대해 놀라고, 일반적으로 평범하다고 치부하여 무심코 지나친 것들의 속성에 담겨져 있는 심오한 의미들을 깨달으며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글타.

(100911 작성)


멍교수
책꽂이/문학 2010. 10. 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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