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 박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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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매 신간마다 다짜고짜 사두는 작가다.
정작 출간소식을 알고도 좀 있다 주문하고, 책상에 놓인지 좀 지나서 읽긴 했지만.
쓸데없는 얘기지만 역시 지하철을 탈 때가 소설 읽기에 가장 좋은 것 같다. 내 방 책상은 책 한권쯤 얹어두기에 충분히 넉넉한데다 스탠드까정 있어도 컴퓨터 할때만 앉아있을 뿐이고, 기껏 도서관엘 가면 소설을 읽는 것보다 더 급한 것들이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개강은 이렇게 읽기 싫어했던 나를 다시 불가피하고도 가장 적절한 독서의 공간에 가두어 주었다.
그런 덕분인지 금세 뗄 수 있었다. 물론 오가는 시간이 많았던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술술 쓰고 읽을 수 있는 산문의 힘일 것이다. 역시나 그녀의 독자라면 알고 있을법한 그의 과거 경험들이 언뜻언뜻 다시 언급되긴 하지만 일부일 뿐더러 흐름에 전혀 해를 줄 것도 없었다. (난 빠돌이니깐)
간혹 영화에서, 책이나 꿈에서 그동안 줄곧 생각해왔던 것들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게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는데 가장 먼저 나오는 대표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서 그런 경험을 했다. 통계적 편의상 사사오입되고 마는 인생들, 하나의 우주와 같은 인간, 생명의 가치가 그것들이다. 혼자 가끔씩 생각하던 것들을 쏙 닮은 모습으로 내 머리 밖에서 마주칠 때의 기분은 참으로 묘하다. 처음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음에 반갑다가, 혹시 내 생각을 읽은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애초에 내 머릿속에서 나서 거기서만 살리는 것에 충분히 만족하던 것임에도 누군가 이미 잘 다듬어 써먹고 있다는 말도 안되는 아쉬움과 비슷한 감정으로 옮아가는 내가 우스워진다.
앞서 언급한 '못 가본 길이...'와 더불어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2008년 작고한 토지의 작가 故박경리선생을 추모하는 글이었다. 너무 감동적이어서 울뻔했다. 젝일. 아무튼 그 밖에도 조곤조곤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특유의 맛깔나는 문장들로 들려주는 글들로 가득찬 책을 들고있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이틀 동안 다음 역이 어딘지 미리 꼽아보지 않아도 되게끔 해 준 그녀에게 감사함과 동시에 다음 작품은 부디 제발 장편소설을 하사해 주셨으면, 하고 과도한 욕심을 부려본다.
(100908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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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문학
2010. 10. 21.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