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 - 앙드레 지드> 넓은 문으로 들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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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
(마태복음 7장 13~14절)
1947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 앙드레 지드의 대표작 '좁은 문'을 나는 얼마 전 이 책을 추천 받고서야 처음 알았다. 앙드레 지드라는 작가가 얼마나 유명하며, 좁은 문이 많이 읽혔는지를 모르고 있었다. 무지와 미지의 영역인 만큼 어떤 내용일까 궁금한 마음에 책을 펼쳐들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의외로 두 주인공 제롬과 알리사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직 어리지만 깊이있는 생각과 삶에 대해 진지한 자세를 가진 그들이기에 그 둘이 하는 사랑 역시 숭고하지 않을 수 없다. 사상과 책을 논하고, 종교적 가르침에 충실하여 보다 완전한 인간이 되기 위한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는 과정에서 사랑 또한 그처럼 쉽지 않은 방식으로 해야만 했다.
그 때문에 애틋하고 사려깊던 사랑은 알리사의 강박적인 배려와 (교리에 대한) 순종 때문에 점차 변질되어 간다. 사랑조차도 목적이 아닌 신에게 가까이 가기 위한 수단이 되길 바랐던 마음이 지나치게 깊어졌던 탓인 것 같다. 하지만 그것들을 명확히 구분하거나 반대로 조화시킬 줄 알았던 제롬은 알리사가 떨어지길 자처한 깊은 수렁에서 그녀를 건져올리기 위해 무던히도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좁은 문'을 택하게 되고, 결국에는 그 곳에 들어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녀가 닿았던 좁은 문은 생각했던 것 만큼 숭고하거나 정의로운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는 자신의 오판을 깨닫고 상황을 다시 되돌리고 싶어했다. 하지만 이미 그곳에 닿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버린 그녀에게 제롬에게 도움을 청할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지금의 우리가 느끼기에는 이질감을 느낄 정도로 지나치게 완전무결하고 숭고했던 그들의 사랑도 더욱 완벽함을 추구하다 보면 오히려 그 끝이 비극적일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구태여 '좁은 문'을 세우고 그곳으로 들어가야만 이치에 맞는 것이라는 집착은 숭고하기는 커녕 오히려 처절하고 안쓰럽다.
나는 사실, 이처럼 격동적인 이야기의 흐름조차 무덤덤하게 읽었음을 고백한다. 그것은 나의 이야기와는 너무 달라서 깊이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알리사가 마지막으로 남겼던 일기를 제롬과 함께 찬찬히 읽으면서 고조되기 시작한 감정은, 의외로 제롬이 알리사의 동생인 줄리엣과 재회할 때 극에 달했다. 책을 덮고 나서도 과연 내가 느낀 것이 맞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한동안 지울 수 없었을 정도로.
우리 또한 우리들의 인생에 구태여 좁은 문을 만들어 놓고 스스로를 그 안으로 밀어넣기 위해 헛된 애를 쓰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
Andre Paul Guillaume Gide(1869~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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