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주 후기 : 1일차] 아라서해갑문 ~ 양평군립미술관(코스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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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지난 8월 17일(금)부터 23일(목)까지 6박 7일간의 일정으로 국토종주를 다녀왔습니다. 주변에 간다간다 하다가 7~8월의 폭염을 걸러보내고 곧이어 찾아온 장마를 또 보내니 주변에서 언제가냐고 견제를 하더군요. 그래서 장마가 끝난 다다음날인 17일에 결국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용품들도 전부 구입해놓고 가져갈 물건들을 머릿속으로는 생각해 놓고 있었지만 짐을 전날에야 싸다보니 경량화할 여유가 없더군요.
출발하는 날까지도 내가 이걸 싣고 갈 수 있을까 싶어 차라리 다음날 일찍 출발할까 하는 나약한 생각을 하면서 일단 나섰습니다. 영 아니다 싶으면 다시 돌아올까 했는데 막상 짐을 싣고 떠나니까 오랜만의 라이딩이라 즐겁기도 하고 설레기도 해서 결국에는 정식 출발이 되어버렸지요.
덕분에 오후 4시가 다 되어서야 아라뱃길을 탔습니다. 하루 최소 100km 정도의 거리를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늦은 출발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부지런히 페달을 밟아 예정 목적지인 양평까지 어떻게든 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아라서해갑문에서 출발하기엔 되돌아나와야 하는 비효율이 생기기 때문에 갑문과 검암역 사이에서 자전거길에 진입했습니다. 아라서해갑문 ~ 아라한강갑문 구간은 워낙 많이 다니기도 했고, 이미 도장도 다 찍어놨기 때문에 큰 미련도 없었구요. ^^ 물론 서해갑문에 있는 출발점 0m의 인증샷이 조금 욕심이 나기도 했지만 갈 길이 바쁘기 때문에 그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1시간 좀 안되게 페달질해 진입한 아라뱃길에서 여행의 시작을 자축하며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지만 라이딩에는 안성맞춤이더군요.
점심은 집에서 먹고 왔지만 저녁때를 놓칠까 싶어 여의도에서 간단하게 한끼 식사를 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오늘 양평까지 갈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고 있었더랬죠. ^^
어느덧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습니다.
결국엔 하남까지 도착했네요. 이쪽엔 비가 왔는지 노면이 젖어있었습니다.
아마도 능내역 가는 길에 있는 터널이었던 것 같습니다. 환한 불빛이 아름답더군요. 자전거 전용 터널은 처음이었습니다.
능내역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찍었습니다. 얼마만의 도장인지ㅎㅎ 이때까지만 해도 괜찮았습니다. 제게 다가올 일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거든요...
능내역을 지나 어떤 역앞에 도착했을 때 좀만 더 가면 된다는 생각에 힘을 냈습니다. 그런데 길이 급격히 어두워지는것이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들더군요. 아니나다를까 자전거도로 양 옆엔 산이고 먼 곳에서 불빛 하나조차 보이지 않는 길이 계속돼서 겁이 났지만 이러다 말겠지... 하는 생각에 계속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왠걸, 불빛이라곤 제 잔차의 라이트밖에 보이지 않고 뒤를 돌아보면 새까만 수렁만 보이는 무서운 길이 계속되더군요. 이미 30분쯤 왔기 때문에 되돌아가기도 무섭긴 매한가지고 그럴바에 일단 계속 가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쿨하게 얘기하지만 다 큰 성인남자가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시간이 늦어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컴컴한 길이 계속되었습니다.
한 30분씩 가다 중앙선 역들이 하나씩 있지만 역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곳도 많더군요. 중간에 모텔 표지판이 보여 전화를 해 보았지만 4만원이나 한다는 대답에 좌절하고 계속 수렁속으로 저를 몰아넣었습니다.ㅋㅋ 양평까지 가는 길에 상당히 많은 터널들이 있는데요. 불이 반만 켜져있다가 자전거가 진입하면 마저 켜지는 방식으로 전기를 절약하고 있었는데, 한 터널은 들어가기 전부터 환하더라니... 제가 들어가고 나니 절전모드가 되어 불이 갑자기 꺼져서 철렁 하기도 했습니다.
양평을 거의 15km쯤 남겨놓고 작은 동네와 슈퍼마켓을 지나가게 되는데, 거기서 보급을 하고 마음을 추스리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잠시 국도를 따르더니 곧이어 또 수렁속으로... 이제 슬슬 익숙해질만 하더군요. 이 때의 공포체험이 이후의 국토종주에서 만난 비슷한 코스들에서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불빛하나 없는 길들이 참 많거든요. 두려움에 가득차 불꽃페달질을 한 덕에 이날 평속이 20km나 나왔습니다. -_-;
드디어 양평 시내에 도착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음과 동시에 숙박에 대한 걱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미 배도 슬슬 고팠구요. 양평에 사는 친구에게 정보를 얻느라 연락해보니 마침 주말이라 집에 오고 있다는군요. 양평역에서 곧 도착할 친구녀석을 기다립니다.
늦게 출발해 못올 줄 알았는데 결국 예정했던 양평까지 약 100km의 라이딩을 완료해 뿌듯했습니다. 무엇보다 등골 오싹한 산길을 이제 다 지나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어려운 상황에서 쉽게 포기하고 돌아나오기보다 좀 더 용기를 내면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구요. 그저 겁좀 먹다 살아났을 뿐인데 너무 거창한 교훈인가요? 하지만 이렇게 느꼈던 것이 사실입니다.ㅋㅋ
이렇게 친구를 기다린 이유는... 오늘 재워줄 수 있다는 구세주같은 말 때문이었습니다. 자정이 거의 다 되어서 꾀죄죄한 아들 친구를 재우게 된 어머니 입장에서는 폭탄을 맞으신 심정이셨을 것 같아 죄송하기도 하고, 또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친구에게도 정말 고맙더군요. ㅠㅠ 친구와 치맥이라도 한입 할까 했지만 일에 시달리다 와서 캐피곤하다 하여 저도 다음 라이딩도 있고 참기로 합니다. 사실 양평시내에 들어섰을 때 군립미술관 인증을 받아볼까 하고 들어가봤지만 이미 날이 어두워 찾기도 어렵고 무척 피곤해서 다음날 나오는 길에 찍기로 하고 친구의 집에서 꿀잠을 잤습니다. Zzz...
<코스정보> - 아라서해갑문 ~ 아라한강갑문 ~ 여의도 ~ 뚝섬 ~ 광나루 ~ 능내역 ~ 양평군립미술관 (약 100km)
서해갑문에서 서울 한강구간은 정말 천국입니다. 대부분 직선/평지코스이고 한강공원의 편의점 덕분에 보급도 충분히 할 수 있거든요. 여차하면 자전거 도로에서 조금만 벗어나서 서울 시내로 진입할 수 있으니 걱정할게는 아무것도 없지요. 전체적으로 밝고 사람도 많고 안내도 잘 되어 있으며 관리상태도 훌륭한 편입니다. 한두군데를 제외하면 길이 헷갈릴만한 곳이 없기도 합니다. 저처럼 인천->부산방향으로 남하하는 사람들에겐 부산에 도착하기 전 마지막 천국일테고, 부산->인천 방향으로 북상하는 사람들에겐 달콤한 열매가 되겠지요. ^^
다만 팔당대교를 지나면서부터는 보급에 신경쓰셔야 합니다. 능내역까지는 길이 비교적 밝지만 말씀드렸던 것처럼 그 이후 양평까지 가는 길은 인적이 매우 드물고 어둡습니다. 야간라이딩 경험이 적은 분들께서 저처럼 야간에 혼자 달리시는 것은 되도록 추천하지 않습니다. 중간에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해도 충분히 아무도 모를만한 길이거든요. 만약 야간에 지나셔야 한다면 밝은 라이트가 필수입니다. 물론 코스 자체는 평이합니다.
그리고 뚝섬과 광나루 인증센터 위치가 다소 헷갈릴 수 있습니다. 보통 인증센터 전방 수km부터 표지판으로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기 때문에 설마 지나칠까 했는데 저는 뚝섬 인증센터를 못보고 지나쳤거든요. 아직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뚝섬과 광나루는 둘 중 한 곳에서만 도장을 찍어도 종주인증에는 문제가 없으니 참고하세요.
당시(8월 17일) 광나루 인증센터 도장 찍는면의 고무가 떨어져 나가고 없었는데 지금은 구비가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이런 경우 인증센터 이름을 알 수 있는 본인 인증샷을 찍어두시면 인증시 효력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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