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로서의 카카오톡은 몇점일까?






  약 4년만에 카카오톡을 다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 자세한 이유와 느낌에 대해서는 나중에 (아마도) 포스팅을 할 예정인데요. 이 글에서는 단지 메신저 자체로서 카카오톡은 어떤 어플리케이션인가 하는 점을 짚어볼까 합니다.

 

  최근 제가 사용해 본 메신저는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다른 것이라고 얼마나 활발하게 이용했겠냐마는, 그래도 다양한 메신저는 물론 스마트폰 초창기부터 여러가지 어플들을 사용해 보았던 경험과 여러가지 피드백과 문의 과정에서 느끼는 점들이 이 글을 쓰는 데 영감을 줄 수 있었습니다.

 

  카카오톡은 우리나라에서 명실상부한 1위 메신저로서 폭넓은 사용자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시장 선점으로 인한 네트워크 효과가 성패에 절대적인 메신저 업계의 나쁜 예가 네이트온이라면 좋은 예는 카카오톡이겠지요. 때문에 한국 내의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 설치되어 있음은 물론,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어플이라고 감히 예측할 수 있겠습니다.

 

  헌데 단지 널리 쓰인다는 점(물론 그 점이 가장 큰 부분이지만)을 제외하고 나면 메신저로서의 카카오톡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인데요. 아래와 같이 몇 가지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이 점은 iOS용 카카오톡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OS나 OS의 특성으로 인한 차이를 제외하곤 공통되는 요소들이 대부분일거라 생각합니다.)

 

1. 구동의 무거움

  카카오톡은 초창기에 수많은 버그와 버벅임, 장애를 겪었는데요. 그 원인은 어플리케이션 자체보다는 서버에 있었습니다. 이후에 황소프로젝트인지 번개프로젝트인지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 프로젝트를 통해 개선되어 현재는 규모만큼이나 매우 안정적인 운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신 이전보다 이것 저것 다양한 기능을 넣다 보니 어플 자체가 무거워져 있더군요.

  기존에는 단순히 친구목록과 대화목록이 전부이다 시피 했다면 현재는 보다 확장된 프로필 작성, 카카오스토리와의 연계, 채널탭의 삽입은 물론이고, '더보기' 탭의 그 수많은 기능들이 하나의 어플에 내장되어 있다보니 다소 무겁고 또 난잡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카카오가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다음과의 합병을 통해 플랫폼을 구축할 유인이 크다는 점을 생각해 보더라도 다소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러한 기능들을 빈번하게 이용하는 사용자들도 있겠지만, 저처럼 메신저 본연의 기능을 추구하는 사용자들에겐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2. 다소 떨어지는 완성도

  가장 널리 사용되지만, 역설적으로 메시징 기능에 있어서는 다소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카카오톡을 사용하기 전에 한동안 사용했던 텔레그램을 궁극의 메신저로 여기고 있는데요. 이는 텔레그램이 메신저를 주고받는 것에 단순히 특화되어 있는 것을 넘어서, 그것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빠르고,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이 동작하거든요. 게다가 iOS의 최신기능이 생길 경우 발빠른 업데이트로 사용성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빠른답장, 3D 터치 등)

  반면 카카오톡은 (적어도 iOS용에 한해서만큼은) OS업데이트에 대응하는 속도가 늦는 것을 넘어서 다소 무성의하다고 느껴지는 수준입니다. 6시리즈의 출시 이후 해상도 업데이트, 터치ID, 빠른답장, 3D 터치 등의 지원이 얼마나 늦게, 또한 얼마나 무성의하게 이루어졌는지를 아는 분들이라면 이 부분에 수긍하실겁니다.

  특히 빠른답장은 답장을 하더라도 이전 메시지를 읽지 않은 것으로 처리하는 버그를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해당 메시지를 상단에서 읽고, 답장까지 한 후에도 대화창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숫자 배지가 남아있게 되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 다음카카오에 문의한 결과 아래와 같은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 답변은 매우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1. 다음카카오 측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단지 잘 모르는 것을 넘어서, 알면서도 문제가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고

2. 그것에 대해 설명하고 납득시키기 보단 니가 몰랐을 뿐...이라는 식의 대답을 함과 동시에

3. 내부적으로 반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못을 박고 있습니다.

 

  답변에서는 마치 해당 현상이 마땅히 그러해야 하며 자신들이 의도한(구현한) 결과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읽은 것을 넘어서 답장까지 한 메시지를 읽지 않은 것으로 처리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내용이 상당히 긴 글에 "감동적이군요. 물론 글은 읽지 않았습니다."같은 장난식의 댓글같은 상황이지요. "나는 너의 메시지에 답장은 하지만 읽지는 않았다."는 말이니까요.

  또한 빠른답장을 지원하는 다른 메신저(라인, 텔레그램 등)의 경우에는 카카오톡과는 달리 지극히 상식적으로 빠른답장한 메시지에 대해 읽음 처리를 합니다. 혹시라도 iOS 내부의 표준이 있어 카카오톡이 그것을 따르는 것은 아니냐고 궁금해 하실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는데요. 문자나 iMessage 역시 읽음처리 되어 배지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 의문 역시 금방 해소됩니다.

  만약 카카오톡이 답변과 같이 해당 현상을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려면 정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이고, 만약 이 현상을 수정한다면 어떤 이슈가 있을 때 얼마나 성의없이 답변하는지를 스스로 드러내는 꼴이 될 것입니다.

  국내에 iOS 개발자가 적다고 합니다. 그러니 카카오톡에도 iOS 개발자가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의견도 보았는데요. 내부적으로 iOS 개발자가 적다고 느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카카오톡 정도의 규모라면 (자신들이 댄 것은 아니지만) 그런 핑계를 댈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없다면 키우고 뽑아서라도 끌고가야 하는 것이 옳은 규모지요. 더구나 iOS가 해외에선 국내에 비해 두터운 사용자층을 갖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해외진출 등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하고 싶다는 꿈따위 갖지 않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3. 폐쇄성

  카카오톡은 매우 폐쇄적입니다. "하나의 번호"에 "하나의 계정"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하나의 기기에서"라는 전제조건이 붙기도 합니다. 다른 메신저, 특히 외산 메신저의 경우에는 하나의 계정으로 여러 기기에서 로그인해 사용할 수 있으며, 심지어 웹에서도 이용이 가능합니다. (텔레그램이 그렇습니다.) 언제 어디서건 '나'라는 것을 인지시켜 주기만 하면 그간 받은 메시지들에 대해 연속성을 보장받는 셈이지요.

  하지만 카카오톡은 이용자로 하여금 그런 편의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다른 기기에서 내 계정으로 로그인되기는 커녕, 인증을 받으면 기존 기기의 내용이 삭제되기까지 하니 무시무시합니다. 대부분의 국내 메신저가 이런 식인데, 라인의 경우 최근 아이패드용을 출시한 것은 '그나마' 고무적이라 보지만 카카오톡은 전혀 생각이 없는 듯 합니다. PC용이 있는게 더 신기할 따름이지요.

 

 

4. 뒤떨어지는 보안

  보안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분석이 이루어져야 보다 객관적인 평을 할 수 있겠지만, 충분히 보안성이 떨어질 것이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는 카카오톡이 그동안 국정원의 감청에서 얼마나 손쉬운 존재였는가를 증명해 주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단순히 기술적인 면 뿐만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외부의 압력에 다소 유약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인상을 받기도 합니다. 국정원의 카카오톡 감청 논란때 취했던 포지션이 오락가락 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용자의 프라이버시에 대해 확고한 철학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텔레그램과 자꾸 비교해서 너무 텔레그램을 찬양하는 것은 아닌가 싶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텔레그램의 탄생 비화에서도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와 그런 사람들에 의해 취급될 내 개인정보의 운명은 어떨지 등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거든요.

  카카오톡은 기술적인 면 뿐만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그리고 단순히 메시징 기능에 충실한 것 이상으로 이를 발판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태생적 한계까지 안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보통 폐쇄성과 보안성은 상충관계에 있는데 카카오톡은 그런 편견을 깨 주었다고 할 수 있지요. (두 부분에서 모두 떨어지기에...)

  라인의 경우에도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Letter Sealing 등 암호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헌데 카카오톡에서 보안을 위해 기술적으로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명확히 언급한 것을 보지 못했는데요. 아마도 정말 대단한 기술을 갖추고 있으나 겸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쓰고 보니 제가 카카오톡에 대해 너무 혹평을 쏟아낸 것 같은데요. 장점을 찾아보자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디자인이 깔끔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넓은 사용자층이 깡패이기에 그 점을 평가절하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동일한 사용자층을 갖고 있다면 카카오톡을 사용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것은 카카오톡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예전과는 다른 생각으로 임해야 함을 말해주지 않나 싶군요.



멍교수
디지털/모바일 2016. 2. 6.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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