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배우가 다시 읽다 - 티타임의 모녀> - 대학로 선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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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 위치한 선돌극장에서 현재 <박완서, 배우가 다시 읽다> 입체낭독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공연 일정은 위 사진의 티켓에 적혀있는 것처럼 이달 말까지(오전 11:30 / 오후 08:00) 하고 잠시 쉬었다가 4월 10일부터 27일까지(오전 11:30) 다시 재개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공연 기간중에는 화, 수, 목, 금 4일간 요일마다 다른 공연을 반복하고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아래 표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화 : '그리움을 위하여'(하일호 연출·김연진, 김지영 낭독)
수 : '티타임의 모녀'(최명숙 연출·양말복 낭독)
목 : '여덟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성기웅 연출·강애심, 천정하 낭독)
금 :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최진아 연출·전경자, 이엘리 낭독)
티켓 가격은 1만원이구요. 이전에 봤던 티켓을 소지하고 가면 40% 할인을 해준다고 합니다. 저도 조만간 들고가서 한 편 더 듣고 오고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드는군요. ^^
저는 28일자 오후의 <티타임의 모녀>를 듣고 왔습니다. 처음에는 배우가 낭랑한 목소리로 읽어주는 줄로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감정을 섞는 정도라던가 제스춰, 동선 등이 풍부했습니다. 흡사 소설을 기반으로 한 1인 다역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자그마한 공연장을 반 정도 메운 관객들이 앞자리로 옹기종기 모여있기 때문에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배우는 이런 공간에서 주로 테이블 앞에 앉아 낭독을 하되 필요에 따라 목소리나 말투를 변화시켜 스스로 대화를 하거나, 크고 작은 동작과 함께 무대 공간을 이동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흡사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제가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배우의 풍부한 감정과 적절한 완급조절이었습니다. 화자가 슬픈 기억을 회상하는 부분에서는 흡사 자신의 일인양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은 이미 몰입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또한 곳곳에 의도적으로 배치한 침묵은 적절한 위치에 있어서 관객들은 그저 듣기보다 스스로 느끼고 생각할 기회를 한 번 더 가질 수 있도록 했더군요.
이처럼 <티타임의 모녀>를 훌륭하게 낭독해주신 분은 연극배우 '양말복'씨였습니다. 연극에 조예가 깊지 않은 탓에 배우들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아무리 그래도 상당한 연기력을 갖추고 계신 배우라는 사실은 모르고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읽기만 했던 소설을 듣는다는 것은 매우 귀한 경험입니다. 그간 거쳐간 많은 글들 중 소리내어 읽어 본 것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누군가 내게 들려주었던 적이 얼마나 있었는지를 생각한다면 쉬이 알 수 있을겁니다. 감사하게도 저는 그 값진 경험을 이미 조금 맛본 경험이 있습니다. 바로 요즘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새로 내놓고 인기몰이를 하고 계신 김영하씨를 통해서요.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을 통해 좋은 글들을 따뜻한 목소리로 옮겨주고 계십니다. 처음 접했을 때 깊은 인상을 받았었는데 그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소설 속 주인공이 생동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으니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공연 시간은 약 50여분 정도로, 소설 낭독에 대한 의구심이 걷어내고 한껏 즐기고 나서 끝이 나는 적당한 시간입니다. 사실 일개 관객으로서는 좀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음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많은 체력을 일방적으로 소모하는 배우분에 대한 걱정 뿐만 아니라, 소설을 이제와서 늘일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만족할 수 밖에요. ^^
시간이 되신다면 남은 회차에 꼭 참석하셔서 제가 느끼고 온 감동을 여러분 또한 간직하실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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